지속가능한 살아 있는 문화 / 중국에서의 환경보존과 문화유산 / 무형자연유산: 자연대상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

Writer : 아마레스워 갈라(Amareswar Galla)
Year : 2014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적 사고와 무형유산에 대한 재고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협약이 채택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 무형유산의 다양한 차원을 조명하는 간행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미 발표된 논문을 모은 논문집이거나 새로 다듬어 만든 개정 증보판이 대다수였으며, 심층 연구 분석한 논문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본 글은 자연과 문화의 인위적 이분법에 대한 재고를 주장한 기존 무형문화유산연구문헌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면서, 그 영역을 확대한 학술서 3권을 다룬다.



지속가능한 살아 있는 문화

프리에다 게버트(Frieda H. Gebert), 케빈 깁슨(Kevin Gibson) 편집

(지속가능성 총서, Common Ground Publishing, Champaign, Illinois, 2012)

222 pages. Paperback: ISBN-13: 9781612291185

Digital: ISBN-10: 161229118X

『지속가능한 살아 있는 문화 (Sustaining Living Culture)』는 환경연구 시리즈로 기획 발간된 학술서로서 무형유산의 지속가능성을 다룬다. 이 책은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미래 세대의 능력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고전적 정의를 내리며 포문을 연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2003)의 핵심도 무형유산 보호의 지속가능성이었다. 이 논문집은 무형유산 보유자와 전승자의 활동을 통해 이들에게 내재된 ‘고유 가치(inherent value)’를 집중 조명한다. 사례 연구를 분석하는 이 책은 ‘문화’를 지속성과 존속력 측면에서 접근한다. ‘지속성(sustained)은 육성하고 유지하여 번성하도록 허락된 것’으로 규정하며 ‘존속력(alive)은 현 세대의 참여의식과 현재 상황에 맞춰 계속해서 변화해 나가는 것’으로 정의된다. 2003년 협약에서 기술하는 다섯 가지 문화 관습을 중심으로 구성된 각 장은 사례 연구를 통해 관련 주제를 집중 분석한다. 각 사례 연구는 학제간 연구의 성격을 띠며 전 세계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1장은 ‘사회 관습과 의례’를 다룬다. 볼링 그린 주립대학교(Bowling Green State University) 철학과 교수 이안 영(Ian Young)은 문화적 생존과 문화적 지속가능성의 차이를 다룬다. 무형유산이 살아 있는 문화로 역동성을 띤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화와 개발은 혼합 또는 맥락에 따른 결합을 통해 무형유산의 가치를 지속시키는 상승작용의 관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로버트 모리스 대학교(Robert Morris University) 호텔경영학과 데니스 루드(Danis Rudd) 교수와 에리 커뮤니티 컬리지(Erie Community College) 조리학과 리처드 밀스(Richard Mills) 교수는 요리의 상징적 기능을 연구 조사하면서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에 미치는 의도치 않은 결과와 변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저자는 체계적인 문화 이론을 통해 음식 자체보다는 음식과 관련된 의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문화적 적응을 통한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무형유산이 공동체로서의 정체성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문화, 음식, 소통 등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2장은 ‘예술’에 초점을 맞춘다. 켄터키 대학교(University of Kentucky) 프리에다 게버트 박사는 예술이 담당하는 중추적 역할을 미국의 다양한 예술 유형과 관례를 통해 고찰하며 이와 더불어 삶과 생활방식에서 발생한 변화가 문화의 점진적 발전 양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종족음악 전문가인 아담 자놀리니(Adam Zanolini) 박사는 폴 길로이(Paul Gilroy)가 『검은 대서양 (Black Atlantic)』에서 다룬 디아스포라 개념을 고찰하면서 헤게모니와 종속 관계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음악과 음악의 유기적 역할에 초점을 두고 접근한다. 또한 음악에 내재된 창조성이 살아 있는 문화와 역동성에 영향을 미쳐 디아스포라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양상을 집중 조명한다. 이 장에서는 자메이카 철학자 마커스 가비(Marcus Garvey)가 주장한 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 movement)에서부터 밥 말리(Bob Marley)의 대표곡 ‘버팔로 병사(Buffalo Soldier)’의 가사(나는 미국 중심부의 버팔로 군인 아프리카인, 아프리카에서 갈취 당해 미국으로 끌려 왔지. 미국에 오자마자 전쟁터로 가 살아 남기 위해 싸우지)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예가 제시된다. 특히 흑인에 대한 강력한 개념화, 문화 간 대화의 공간으로서 재즈,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복잡다단한 무형유산이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공유 유산을 확장하는 데 있어 음악이 담당하는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은 ‘전통 공예’를 다룬다. 알래스카 인근 지역의 유산 보호 증진을 위해 설립된 베린지아 문화과학센터(Beringia Center of Culture and Science) 책임자인 에이미 러셀(Amy Russell)은 보유자 수는 적지만 문화적, 경제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연행되고 있는 키비웃(Qiviut)을 사례 연구로 소개한다. 사향소의 털로 고급 편직물을 제작하는 우밍맥(Oomingmak)이라 불리는 가내 수공업은 위험에 봉착한 무형유산을 보호하는 우수 사례이다. 이는 알래스카 선주민 공동체의 대표적인 시범 프로젝트로서 우리가 ‘유엔 post-2015 개발의제(UN post-2015 Development Agenda)’ 를 향해 가는 과정 가운데 개발에 있어서 문화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예술가 에바 만-웨이 위엔(Eva Man-Way Yuen)은 대나무와 종이 등 전통적 수공예 재료로 조각품과 인형을 제작한다. 에바 위엔의 활동은 무형유산 홍보와 보호의 장소로서 현대미술 비엔날레와 트리엔날레가 급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라는 지적 통합을 보여주는 그녀의 작품은 디지털 영역과 창의성을 결합하고 무형유산을 작품 활동의 영감으로 활용하고 있다.

4장은 ‘언어와 구전 전통’을 다룬다. 멸종 위기에 봉착해 있을지도 모르는 여러 언어가 2003년 협약에는 보호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언어는 무형유산종목 보유자가 해당 유산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 고전학/언어학과 부교수 린지 웨일리(Lindsay Whaley)와 동 대학교 언어학/인지과학과 조교수 제임스 스탠포드(James Standford)는 보호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총체적 접근법이 필요하며, “언어는 예술품이 아닌 살아 있는 공동체와 상호 관련된 생태계의 역동적 일부로 취급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지속가능성에 관한 담론과 함께 언어의 분리에 주목하는 종래의 언어 활성화 접근법으로부터 “광범위하고 총체적이며 다원론적인 팀 중심의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 접근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캐나다 레스브리지 대학(Lethbridge College) 교육학과 교수 피터 헤프난(Peter Heffernan)은 지배 언어가 세계화와 균질화(homogenization)에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그는 학계 발표 논문이 대부분 영어로 작성되어 무형유산종목의 쇠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통계 자료를 제시한다. 또한 “살아있는 유산의 보존, 유지, 지속”을 위해서는 우리의 선택에 대한 의식적 자각이 필요하며 전 세계 문화와 언어의 다양성은 당연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경계의 목소리를 낸다. 샤이 슈왈츠(Shai Schwartz), 예후다 샬롬(Yehuda Shalom), 타말 샤이(Tamar Shai)는 “치료 요법, 교육, 역량강화, 대화” 등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을 강조한다. 살아 있는 문화 및 문화간 대화에 더해지는 생동감 있는 이야기들을 조명하고, 집단과 조력자들을 위한 역량 강화 모델을 제시한다.

5장은 ‘지식, 자연, 관습’을 주목한다. 노스다코타 주립대(North Dakota State University) 건축/경관건축학과 조교수 데이비드 크러치필드(David Crutchfield)는 주류미학의 헤게모니적 차원과 자연이 문화 차원에서 인식되는 방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자연과 문화의 잘못된 이분법적 사고를 조명한다. 더 나아가 당시 주류 미학을 기초로 한 건축감상을 평가 분석한다. 그는 반 세기 전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가 건축가와 예술가들에 그랬던 것처럼 ‘자연 감상주의’에 빠지지 말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지속가능성 분야의 전문가 데이비드 오르(David Orr) 박사의 대표적 개념인 ‘교육 생태 설계(pedagogical ecological design)’는 자연과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지배적 분위기를 넘어, 오늘날의 살아 있는 문화를 총체적이고 ‘양자간 시너지 작용을 일으키는 맥락’에서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서 인용된다. 인도 마울라나 아자드 내셔널 공과대학(Maulana Azad National Institute of Technology) 건축학과의 조교수 프리티 싱(Preeti Singh)과 크리쉬나 도테(Krishna Dhote)는 선주민의 건조물과 거주지에 뿌리 박혀 있는 살아 있는 유산과 생태학적 특징에 가치를 부여하는 지역 지식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들은 인도 중부의 부족 공동체를 언급하면서 주장을 전개해 나간다.

6장에는 ‘이론에서부터 실천까지’란 제목이 붙어 있다. 이 장에서 윌크스 대학교(Wilkes University) 교육학과 교수 지나 모리슨(Gina Morrison)은 개인과 공동체 집단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인종과 민족을 목표물로 삼기도 하는 현대의 세계에서 자존감 함양을 위한 방법으로 문화 정체성 개발을 위한 몰입을 주장한다. 자아 발견을 위한 여정은 인류 문화의 다양성을 확대해 가는데 있어 중요한 만큼 강조된다. 요세이 왕뒤(Yosay Wangdi)는 티베트 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하며, 선주민 공동체와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를 통해 정체성 담론과 역량 강화라는 전후 배경을 연구 분석하는 사례를 활용한다.

프리에다 게버트 박사와 밀워키 마르켓 대학교(Marquette University, Milwaukee) 철학과 케빈 깁슨 교수는 각 논문별로 명료한 서문과 함께 다양한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 연구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각 장을 엮었는데, 이 같은 편집 방식은 모범이 될 만하다. 지난 수년간 편집서가 봇물을 이루던 유산 연구 분야의 출판계에서 『지속가능한 살아 있는 문화』는 인류 무형유산과 문화 다양성 보호에 대한 인식 제고 및 동력 유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온 학습자와 연구자의 입장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내는 저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살아 있는 문화/무형 유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초점을 맞추면서 본래의 목적을 일관성 있게 잘 유지하고 있다. 결론에서 케빈 깁슨 교수는 살아 있는 유산의 가치평가에 대해 살펴보고, 무형문화유산 요소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기회와 문제점을 검토한다. 깁슨 교수는 또한 무형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는데 가치 결정 요소로서 2003년 협약의 역할을 강조한다.



중국에서의 환경보존과 문화유산

앤 맥라렌(Anne E. McLaren), 알렉스 잉글리시(Alex English), 신위안 허(Xinyuan He), 캐서린 잉그램(Catherine Ingram), (지속가능성 총서, Common Ground Publishing, Champaign, Illinois, 2012)

136 pages. Paperback: ISBN-13: 978-1612291307

Digital: ISBN-10: 1612291309

『중국에서의 환경보존과 문화유산 (Environmental Preservation and Cultural Heritage in China)』은 살아 있는 유산 및 그 보존과 관련된 중국의 정책, 이른바 ‘생태 문명’이라고 명명된 접근 방식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저명한 중국 전문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엮은 책이다. 저자들은 상호 유기적으로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 보호라는 불가분의 의제를 심도 있게 연구했다. 이를 위해 생태적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살아 있는 유산의 보호 및 재활성화를 비교 분석하였다. 저자들이 주도한 현장 연구를 통해 “노래 전통이든, 현지 고유의 경제적, 의학적 지식이든 간에 문화유산 종목은 해당 유산이 잉태된 ‘생태학적 장소(eco-site)’와 분리될 수 없다”는 중요한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 결론은 중국 학계의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졌다. 즉, 초기의 토착 문화를 발전 수준이 낮은 후진적 문화로 보던 인식이 존중으로 전환되었고, 소수 민족 및 이들이 영토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이해가 국가적 차원의 중요성을 지닌 것으로 개념의 재설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1장에서는 쓰촨(四川), 네이멍구(內蒙古), 지린(吉林) 등 대표 자연보호구 세 곳을 분석한다. 보존 활동에의 지역 공동체 참여와 이들의 토착 지식에 대한 인정이 중요한 영향력으로 등장한다. 2장은 윈난성(云南省)의 생물다양성 보존과 무형유산을 고찰한다. 이곳의 촌락은 생물다양성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보존 전략의 핵심인 무형유산 종목의 보호 및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구체적인 예시들을 제공하는 장소로 인정 받고 있다. 3장은 고지대에 자리 잡은 구이저우성(贵州省) 동족(侗族)의 대가(大歌)와 관련된 세대 간 전승 문제를 다룬다(보일런(Boylan)의 서평 참조). 이 소수 민족의 노래는 2003년 협약에 근거한 인류무형문화유산대표목록에도 등재되었다. 이 장에서는 “이 산간 벽지의 생태학적 이해를 문자로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노래들을 다룬 중요한 사례 연구를 제공하고 있다.

4장은 생태학적 장소, 문화경관, 무형유산 종목들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보존하는 데 있어 토지 이용 패턴을 분석하고 있다.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따른 무형유산 목록 구축은 중국의 살아 있는 유산의 생태학적 보존과 보호를 위한 총체적 접근법을 개발하는 수단이 되었다. 이는 양쯔강 하류 삼각주 지대를 중심으로 ‘우가(吴歌)’라는 민속 서사시와 그 보유자 및 전승 언어를 보호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양쯔강 삼각주 남부는 급속한 경제 개발이 문화적 쇠퇴에 미친 영향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환경보존과 문화유산』은 국내외에서 이루어진 중국에 관한 학술적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저서로서 ‘생태 문명’이라는 기본 틀 내에서 다음 세 가지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체계적으로 계통화된 연구는 다른 국가의 정책 개발의 토대가 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아시아의 빠른 경제 성장과 유산 가치의 몰락이란 배경에서 이 같은 체계적 접근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1. 연구 대상 지역에서 경제적 지속가능성이라는 장기 목표와 생태학적 장소 또는 지역 문화에 미친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
  2. 지역 문화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핵심 사안은 무엇인가? 관광이 그 중 하나라면 살아 있는 유산 체계에 때로는 이롭고 때로는 심각한 위협이 되는 문화 종목의 상업화와 환경 저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3. 어떤 무형유산, 생태 문명, 개념이 후세에 전달될 만큼 생명력 있고 지속 가능한가?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40여 년간 시행된 세계유산협약의 주요 개념인 ‘진정성(authentic)’과 ‘완전성(integrity)’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로 증가했는가? 동결된 문화를 과연 어느 정도 까지 '진정성'있는 문화로 간주할 것인가? 2003년 협약 체결로 무형유산 이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살아 있는 유산, 역동성, 주요 이해당사자들의 창의적 변용이라는 개념이 유산에 대한 인식 확대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특히 무형유산 종목의 보유자 및 전승자들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



무형자연유산: 자연대상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

에릭 도프만(Eric Dorfman) 편집 (Routledge Studies in Heritage, New York, 2012)

192 pages, Hardback: ISBN-13: 978-0415884921

Kindle: ISBN-10: 0415884926

『무형자연유산: 자연대상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 (Intangible Natural Heritage: New Perspectives on Natural Objects)』은 국제자연사박물관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for Museums and Collections of Natural History) 전직 위원장인 게르하르트 윈터(Gerhard Winter)의 제안으로 여러 편의 논문을 엮은 책이다. 원터 위원장은 2002년 상하이에서 열린 ICOM 아시아태평양지역회의(ICOM-ASPAC)와 그 결과물인 ‘박물관, 무형문화유산과 글로벌화에 관한 상하이 헌장(Shanghai Charter on Museums, Intangible Heritage and Globalisation)’, 2004년 서울에서 ‘박물관과 무형유산(Museums and intangible Heritage)’을 주제로 개최된 ICOM 총회(3년에 한 번 개최), 2006년 하노이, 하롱베이에서 열린 ‘환경, 문화, 경제,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관한 국제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Environmental, Cultural, Economic and Social Sustainability)’, 끝으로 ‘남아시아 박물관 및 무형 자연유산(Museums and intangible Natural Heritage in South Asia)’이란 제목으로 2008년 2월 인도 하이데라바드(Hyderabad)에서 열린 전통적 지식체계에 관한 ICOM 국제 워크숍 등 아시아 지역의 성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원터 위원장은 ICOM 초기 지도부 인사 중 한 명으로 박물관학 담론에서 자연과 문화를 이분법적 대립구조로 파악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며 유럽 중심적 사고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총괄 기관으로서 ICOM은 다양한 담론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OM에서 그의 후임이자 본서의 편집인인 에릭 도프만과 그 외 이 책에 참여한 저자들 역시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앞의 세 장은 뉴질랜드 왕거누이 박물관(The Whanganui Regional Museum) 관장 에릭 도프만과, ICOM 의장 아드리안 노리스(Adrian Norris), 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The 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 County)의 존 롱(John Long) 박사의 논문으로 2014년 세계박물관의 날 주제인 ‘박물관 소장품을 통한 관계형성(Museum collections make connections)’을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박물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소장품을 어떻게 이해하며, 유산담론에서 벗어나 총체적이면서 현대적 관점이 반영된 담론으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4장에서는 18세기 문학 및 문화 전문가인 마크만 엘리스(Markman Ellis) 박사가 18세기 영국에서 발생했던 캥거루 표본의 과학적, 상업적 악용과 관련된 전례 없는 ‘미디어 조작’ 사건을 탐구한다. 베누고팔(Venugopal)은 아시아의 이른바 자연유산에 관한 전통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여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는 식물학 분야의 기록유산인 『호르투스 말라바리쿠스(Hortus Malabaricus, 말라바의 정원)』를 기반으로 자신의 연구와 사례 조사를 진행하였다.

6장에서는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 대학(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의 리 데이비드슨(Lee Davidson) 교수가 뉴질랜드 ‘야생 휴양지(wilderness recreation)’ 건설을 염두에 두면서 ‘휴양을 위한 경관(landscape for recreation)’이란 주제로 유산 담론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7장에서는 상하이 과학기술박물관(Shanghai Science and Technology Museum) 『자연과 과학(Nature & Science)』 편집장인 싱바오 진(Xingbao Jin)과 생태학 무척추동물 분야의 알렌 옌(Alan Yen)박사가 중국 문화에서 귀뚜라미와 여치가 지니는 의미를 분석한 연구 사례를 활용하여 “야생 지역과 보존에 관한 공동체의 시각”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다. 8장에서는 루르 박물관(Ruhr Museum)의 울리케 스토트롭(Ulrike Stottrop)이 해석적 접근을 통해 표본과 유물을 맥락화한 독일에서 개최된 4개의 전시를 고찰하면서 자연유산으로 보존된 소장품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증진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책에 실린 논문의 저자들이 개진한 생각을 종합하여 제시하면서 자연사 박물관의 소장품에 대한 재고 및 이를 통해 토론과 연구의 증진을 위한 기틀을 제공할 것을 주장한다. 끝으로 공편자인 뉴질랜드 왕거누이 박물관 관장 에릭 도프만과 캐나다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Royal Ontario Museum) 관장 자넷 카딩(Janet Carding)은 유산과 동시대 소장품의 전후 맥락을 살펴 이를 바탕으로 자연과 재고문화를 결합함으로써 박물관을 무형유산의 이해 및 보호 증진이란 목표를 새롭게 다지는 실험적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향후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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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3권의 저서는 새로운 시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유형유산과 무형유산,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동산유산과 부동산유산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자 하는 ICOM의 전략적 목표의 확대된 틀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무형유산 학문분야에 기여한 결과물이다. 이 저서들은 특히 브룬트란트위원회(Brundtland Commission)의 최종 보고서 내용을 인정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문헌에 바탕을 두고 그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사 소장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형유산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2003년 협약을 주제로 한 광범위한 연구와 기록 활동이 유용할 것이다. 앞서 소개했던 지속가능성 총서(On Sustainability Series)로 출간된 두 저서에서 제시된 다양한 방법들은 일독을 권할 만하다.

상술한 세 저서 모두 1987년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브룬트란트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언급하고 있다. 그 밖에 세계문화발전위원회(World Commission on Culture and Development)가 펴낸 「우리의 창조적 다양성(Our Creative Diversity)」 보고서(1996)와 스톡홀름 “발전을 위한 문화정책 행동계획 (Action Plan on Cultural Policies for Development)”을 분석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유엔 원주민문제에 관한 상임포럼(UN Permanent Forum on Indigenous Issues)과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등 다양한 국제 포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탱하는 네 가지 기둥이 자주 언급되었는데 그 가운데 네 번째 기둥이 문화이다. 유네스코 문화다양성선언(The UNESCO Universal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 2001)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생태 다양성이 자연에 필요한 것처럼……문화다양성은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다. 발전을 위한 근간 중에 하나인 문화 다양성을, 단지 경제 성장의 관점이 아니라 좀 더 충분한 지적, 감성적, 윤리적, 정신적 존재를 위한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
유엔 원주민권리선언(The UN Declaration on the Rights of Indigenous Peoples, 2007) 역시 이해 증진에 유용하다. 이 모든 문서 및 경성법과 연성법의 기준을 설정하는 지침은 수많은 연구 자료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으며, 사실상 이 같은 문서가 생성된 시점부터 관련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5년까지 세계의 빈곤을 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을 담은 ‘유엔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에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요소로 문화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포스트 식민주의 시대의 무형유산 담론 전개를 위해서는 최근의 연구 평가와 고찰 내용 및 ‘유엔 지속가능 개발목표’ 초안과 ‘유엔 post-2015 개발의제’를 활용할 수 있다.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Rio Earth Summit 1992)’, 2002년 요하네스버그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 2002)’, ‘유엔지속가능개발회의(Rio+20)’의 성과와 이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대체로 ‘생태학적 지속가능한 개발(Ecological Sustainable Development)’이라고 명명되는 패러다임의 재고를 지적한다. 이 패러다임의 약점은 자연과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인식하는 근대적 보존 개념의 연장선상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는 지속가능발전에 있어 문화적 차원이 인류 문화와 언어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인권 중심의 접근법에 비추어 합당하고 공정한 결과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일관성 있게 주장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정으로서의 성 주류화, 결과로서의 성 평등은 유무형 유산 보호의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정통 및 응용 유산학을 통해 다루어져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