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 : Kasper Rodil and Heike Winschiers-Theophilus
Year : 2018
본고의 초점은 무형문화유산의 디지털화에 대한 담론을 지속하는 것이다. 본 논문은 먼저 “국제저널 무형유산” 10호에 소개되었던 ‘3단계 디지털화 모델(Tripartite Digitisation Model, TDM)’에 대한 간략한 요약과 추가적 개념화를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한 이 모델을 바탕으로 나미비아의 오바힘바(OvaHimba) 공동체와 함께 수행한 구체적인 무형문화유산 디지털화의 사례를 제시하고 고찰한다. 이로써 진행중인 연구 프로젝트에서 공동체의 참여를 촉진한 방법을 강조하고, 무형문화유산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공동체 참여의 필요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전 세계 토착 공동체의 무형문화유산이 다양한 요인에 의해 위협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요인 중 하나는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가 확산되면서, 토착민 공동체가 그들의 생활 방식을 전승하고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농촌 지역 출신의 청소년들(그리고 성인들)은 (예를 들어 도시에서 일을 하는 등) 전통적인 토착 관습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한편, 청소년들은 정규 학교 교육을 통해 서구의 영향을 받은 지식 체계를 습득하느라 바쁘다. 그들은 또한 (다른 대부분의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게임, 휴대 전화, 텔레비전과 같은 디지털 기술에 매료되며 그러한 기술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가까운 장래에 크게 변화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세대, 기술, 거리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무형문화유산의 디지털화가 필요하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미래의 원주민 큐레이터를 위해 무형문화유산을 활성화하는 타당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기술 시스템을 공동 설계하는 바쁜 과정 중에도 무형문화유산 디지털화의 과정, 영향 및 결과를 평가해 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의미한다.
2015년에 우리는 국제저널 『무형유산』 출범 후 첫 10년에 대한 폭넓은 검토를 제공했다(Rodil & Rehm: 2015). 유네스코가 무형유산의 성격을 기준으로 분류한 5개 영역을 대상으로(UNESCO: 2003) 기 보고된 연구 프로젝트의 영역별 분포를 조사했고, 이를 통해 전체 프로젝트가 5 개 영역에 합리적으로 분포되어 있음을 입증했다. 미래의 독자들에게 이러한 5개 영역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에 관한 개요를 제공하는 것을 제외하고, 우리가 이러한 기본 관점을 제시한 동기 중 하나는 디지털 기술(이하 ‘ICT’(정보통신 기술))의 보존에 관한 담론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연구 프로젝트 중 ICT를 활용하거나 기존의 보급 수단(웹페이지 등)을 넘어서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 보고된 프로젝트와 ICT를 활용한 보존 접근법에서 얻은 영감을 미래의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 외에도, 무형문화유산 보존에서 ICT와 공동체 참여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 연구의 중점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를 시작점으로 본 논문을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UNESCO: 2003)에 명시된 다음 문구가 본 연구의 핵심이다.
“지역사회 특히, 토착 공동체, 집단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이 무형문화유산의 생산, 보전, 유지, 재창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여 문화적 다양성 및 인류의 창조성을 더욱 풍부하게 함을 인정하면서…”
연구자로서 우리는 현재의 무형문화유산 연행자 및 큐레이터(사실상의 보유자)와 오랫동안 긴밀한 협업을 이어왔다. 그들 대부분은 나미비아 전역에 분포한 농촌 토착 공동체이다. 우리는 참여적 설계(Participatory Design)의 철학(사례는 Spinuzzi: 2005; Schuler와 Namioka: 1993 참조)과 실행 연구(Action Research, 사례는 Brydon-Miller, Greenwood and Maguire: 2003 참조)에 깊이 뿌리를 둔 공동체 기반의 공동 설계 방법론을 보급했다. 이를 통해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ICT 구축의 인식론적 기반을 마련하고 방법론을 제공했다(Winschiers-Theophilus et al.: 2010).
우리는 ICT와 무형문화유산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으므로, 2015년 분석에서 의도적으로 무형문화유산 보호 수단에 대한 토착 공동체의 참여 여부를 검토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무형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공동체의 참여를 언급한 논문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Rodil & Rehm: 2015). 이전 논문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무형문화 유산 보존에 대한 고전적인 접근법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그러나 보다 진실하며 무형문화유산을 존중하는 프로세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동체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다(Winschiers-Theophilus, Zaman and Stanley: 2017).
여전히 우리의 목표는 담론에 지속적으로 미묘한 차이를 만들고, 향후 디지털 전환을 고려하는 고전적인 연구자들을 위해 담론의 어휘를 확장시키며, 동시에 ICT에 이미 익숙한 연구자들이 무형문화유산의 높은 복잡성을 고찰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재적 복잡성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자신의 생활 세계를 가장 잘 알고있는 공동체의 참여를 인정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복잡한 상호작용을 여전히 주로 비판적인 기술-포용 관점에서 살펴본다. 본고의 목적은 3단계 디지털화 모델(TDM)의 관점에서 어떠한 접근법을 취했는지에 초점을 두어, Rodil & Rehm(2015)에서 제시된 TDM의 실용적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미비아 북부 오바힘바(OvaHimba)족의 신체 장식과 관련된 무형문화유산을 수집, 표현 및 보급할 수 있다.
2015년 본 저널에 처음으로 3단계 디지털화 모델(TDM)을 소개했을 당시에 TDM은 무형문화유산의 디지털화에 내재된 프로세스를 구조화하고 개념화하는 방법으로 개발된 것이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다양한 출판물에서 학생들 및 동료들과 TDM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이 모델은 여전히 개발 단계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TDM이 자기 성찰을 위한 귀중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모델의 주된 목표는 연구자들과 보호 기관들이 디지털화를 총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것, 그리고 무형문화유산을 존중하면서 합의에 기반하여 비판적인 시각으로 디지털화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행위자(무형문화유산 큐레이터 및 현재의 연행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술에 관해서는 비판적 견해가 존재한다. 기술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사례는 Floyd et al.: 1992 참조) 공리적이고 고도로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본 저널 12호에 수록된 Rodil(2017)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기술과 무형문화유산 보호의 ‘디지털화’에 따른 도전과제의 상호작용에 관한 보다 총체적인 개념화 사례를 제시한다. 그러나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이러한 기술 비판적 관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 공정할 것이다. ‘디지털을 통해 무형문화유산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없다면, 도대체 왜 디지털화를 시도하는 것인가?’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대답과 주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그 어떤 외부 행위자도 무형문화유산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사실과 기술적 구조를 사용하여, 무형문화유산을 진정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한다. 이는 상호 학습의 이점을 얻고, 디지털화가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 기회를 함께 탐구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디지털화 과정에서 무형문화유산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내부 행위자들이 항상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술의 바탕에 존재하는 ‘문화’를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동시에 마찬가지로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디지털화의 기반이 되는 콘텐츠와 원리에 관해서도 배우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디지털화에서 지지하는 부분은, 그것이 무형문화유산의 기록 및 보급 방식, 그리고 공동 큐레이팅 관련 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공동 큐레이션의 디지털화는 절대로 중립적일 수 없으며, 디지털화 작업을 하는 사람의 신념을 어떤 방식으로든 담고 있다는 관점을 적용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형문화유산을 세계와 분리되어 수행되는 정적인 물질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역동적인 존재로 본다(보다 상세한 설명은 Manetsi, 2011, Volume 6 참조).
버스톨(Burstall, 1985)은 컴퓨팅이 우리의 생각을 형성할 수 있으며, 컴퓨터는 프로그래머가 통제하는 ‘작은 세계’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영향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통제 욕구와 개념적 사고에만 의존할 때 나타나는 제한된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컴퓨터와 협업하는 방법을 찾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Burstall : 1985, pp.4)
(일부 영향력 있는 사상가들이 구축한)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우리는 기술의 사용(및 설계)과 무형문화유산은 본질적으로 디지털화 과정 전반에서 서로 불가피하게 영향을 미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디지털화의 기반이 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지식과 기술의 공동 구축이라는 주장을 지속하고자 한다.
따라서 공동으로 의미 부여(meaning-making)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필요하다. 머피(Murphy, 2014, p.8)는 수동적 참여자와 적극적 참여자 사이의 이러한 이중성을 잘 설명했다.
“즉, 공동체 구성원은 적절한 지식을 찾아내고 사용하는 프로세스의 안내자 역할을 한다. 그들은 연구 또는 기타 공동체 프로젝트에 대한 수동적인 참가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가자이다.”
다음 절에서 보다 명확하게 다루겠지만, 우리는 외부인으로서 우리가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할 수 있다고 가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술 구축과 무형문화유산 보존에 보다 민감성을 갖출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다양한 관점과 소통하려 노력한다. 우리는 이것을 ‘문화적 혼종성을 위한 공간’이라고 지칭한다(사례는 Merritt and Stolterman: 2012 참조). 다수의 관점으로 이루어진 이 혼종의 공간 내에서, 우리의 설계 접근법은 다음과 같은 상호 문화적(transcultural) 설계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 우리는 연구개발 작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한다. 설계자를 포함하여 총체적 맥락 내에 존재하는 모든 참가자들의 기여를 인정하면서 다양한 인식론을 포용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Winschiers-Theophilus, Zaman and Stanley : 2017, pp.15)
다음의 사례 연구는 나미비아 오바힘바 공동체와 현장에서 나눈 대화를 통해, 수집(Capture) 대상과 표현(Representation) 대상 사이의 반복적인 대화의 사례를 제시한다. 이 사례 연구를 통해, 디지털화라는 행위는 사실상 복수의 문화가 공동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며 그 속에서 문화의 구조가 명확해지고 평가된다는 점, 또한 보급을 위해 무형문화유산이 새로운 디지털 유물과 결합하게 된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다음 연구에서는 TDM의 렌즈를 통해, 나미비아 오바힘바 공동체와 협업하여 무형문화유산을 수집, 표현, 보급하는 방식의 바탕에 존재하는 프로세스와 생각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오바힘바 여성의 신체 장식에 관한 전통의 디지털화를 위해 오바힘바 공동체와 어떻게 협력했는지 설명한다(그림 1). 2015 년에 TDM을 처음 소개하면서(Rodil and Rehm : 2015, p.11) 우리는 결론에 다음과 같이 썼다.
“… 우리가 개발한 3단계 모델은 무형문화유산의 다양한 측면을 포착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지, 그러한 데이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은 무형문화유산의 보급을 위해 어떠한 영향을 주며 보급을 가능하게 하는지에 관한 실질적인 질문에 중점을 두었다. …”
모델에 관한 논의에 기술 애플리케이션의 실제적 개발과 공동체와의 현장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추가하는 주된 이유는, 디지털화가 하나의 탐구 방식이 되는 과정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우리의 참여적 설계 어젠다에는 반복적이고 포용적인 성격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무형문화유산과 그 디지털화를 이해함에 있어 작은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 연구의 핵심 요소이며, 무형문화유산 자료에 대한 우리 자신의 개념화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유지하도록 했다. 이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던 무테마(Mutema, 2003, p.5)로부터 영감 받은 것이다.
“연구자와 행위자 사이의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해가 가능해진다. 연구 과정은 상호 주관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연구자의 해석은 행위자에 의해 점검, 재해석 및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연구자는 해석의 실천과 활동에 ‘적극적인’ 참가자가 된다.”
이제 우리의 기술적 해석이 우리와 협업하는 공동체에 의하여 어떻게 ‘점검’되었는지(무테마의 표현 차용)로 관심을 돌려보고자 한다. [그림 1]
오바힘바족은 나미비아의 소수 민족 중 하나로, 총 인구 220만명 중 2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오바힘바족의 대부분은 앙골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미비아 북서부의 쿠네네(Kunene) 지역에 거주한다(나미비아의 역사는 Wallace : 2011 참조). 이들은 반투(Bantu)어의 일종인 오치헤레로(OtjiHerero) 방언을 쓴다.
오바힘바족은 여전히 주로 반 유목 생활을 하며 소와 염소를 키운다(Bollig and Gewald : 2000 참조). 이들은 수세기 동안 의식 춤, 자연 의학 및 음식 조리법, 동물 육종 및 관리 등 여러 토착 전통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오바힘바의 '이미지'는 그들의 사용하는 신체 장식품과 화장품의 시각적 표현이 명백히 지배적이다. 오바힘바 여성들은 오커(ochre)로 색을 입힌 연고인 오치제(otjize)를 전신에 발라, 자신을 다른 모든 여성들과 구분 짓는다. 그들이 직접 만드는 이 연고는 발효된 우유 지방, 붉은 오커 가루, 향이 나는 수지(resin)로 구성되며, 독특한 향기와 외양을 만들어준다. 또한 남녀노소 모두 독특한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장신구를 착용하며, 이는 이후 장에서 상세히 설명하겠지만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관광이 국가와 지역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면서,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재료가 많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관광 부문에서 생산되는 온라인 및 활자 매체가 점차 오바힘바족을 표현하는 방식을 결정했고, 이는 외부 세계가 인식하는 그들의 정체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관광 산업은 그들을 하나의 독립 국가처럼 보이게 하는 신화와 전통을 홍보하지만, 사실 이는 부족의 실생활이나 그들 자신이 이해하는 국가 정체성과는 별로 관련이 없을 수 있다(Niskala : 2015, 261 쪽).
니스칼라(Niskala, 2015)는 이미지가 구조화되는 과정에서 ‘타자’에 대한 사회정치적 및 윤리적으로 의심스러운 표현이 조장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따라서 토착 공동체와 그들의 무형문화유산에 대하여 편견 없는 표현을 생산하는 중요한 방법은 해당 공동체를 디지털 수집, 큐레이션 및 문화에 대한 평가 과정에 참여시켜, 내부에서 표현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2013년에 나미비아과학기술대학교(NUST) 컴퓨터 정보학부의 토착 지식 연구 클러스터의 일환으로, 현명한 부족 원로인 우리아이에케(Uriaieke)가 이끄는 오바힘바족 공동체와 장기적인 협업 관계가 구축되었다(Stanley et al .: 2015). 우리아이에케의 주요 관심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자녀를 포함한 젊은이들이 지속적으로 도시로 이주하는 가운데, 공동체의 전통과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이었다. 그는 기술과 무형문화유산의 디지털화가 다음 세대 및 외부 세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따라서 그는 NUST의 연구원들과 토착지식 보유 도구를 공동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장기간의 협업을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이를 통해 국가 이니셔티브의 일환인 독립적 문화유산 보존 프로세스를 지원하려는 것이었다(Maasz et al.: 2018). 핵심 연구팀은 오치헤레로를 구사하는 2명의 연구자로 구성되었다. 그중 한 명은 나미비아에서 재직중인 교수였고, 다른 한명은 본 논문의 저자인 덴마크인 조교수였다. 핵심 팀 외에도 다양한 배경과 민족으로 구성된 많은 학생들이 기술과 토착 지식 사이의 혼종 공간에 위치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연구팀은 3-4개월마다 우리아이에케가 이끄는 마을인 오치사(Otjisa)를 방문하여, 공동 설계 및 기술 구현을 공동으로 수행했다. 따라서 다수의 공동 활동을 수행하면서, 연구팀과 우리아에케, 그리고 그의 친인척 사이에 깊은 신뢰 관계가 확립되었다. 오치헤레로를 구사하는 동료들 덕분에 의사소통 장벽이 적었고, 기대되는 상호작용 및 행동에 대한 문화적 민감성을 갖출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신성한 불(holy fire)과 공동체의 본가(main house) 사이를 지나가지 않는 것과 같은 많은 관습을 알게 되었다. 공동체를 방문하는 것은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것과 비슷했다. 우리는 농촌 지역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을 마을에 가져갔다. 때로는 우리아이에케의 초청으로 마을에서 밤을 보내며, 공동 설계 활동은 물론 마을의 일상 활동에도 참여했다.
협력이 진행되는 내내 우리아이에케는 무형문화유산의 수집과 큐레이션와 관련하여 아주 까다로운 모습을 보였다. 최근 대화에서 그는 관광객들이 공동체 구성원들의 사진을 마구잡이로 찍는 것에 관해 큰 우려를 표했다. 오바힘바 전통에서 보면 여성들이 ‘옷을 다 입지 않은’ 상황인데도 그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단순한 장신구로 잘못 인식되는 많은 장식들은 사실은 오바힘바 문화유산의 필수적 요소로서, 그것을 착용한 사람의 육체적 및 사회적 지위를 표현한다. 따라서 자신의 장식을 모두 ‘입지 않은’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간주된다. 우리아이에케는 그러한 신체 장식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와 오바힘바 문화에서 적절한 것은 무엇인지를 세계에 알리고자하는 깊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는 오바힘바의 문화유산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그의 교정과 검증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Maasz et al.: 2018).
연구팀은 2008년부터 나미비아 동부의 오바헤레로(OvaHerero) 공동체와 함께 토착지식 보유 도구를 공동 설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축되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중 하나는 이른바 ‘홈스테드 크리에이터(HomeSteadCreator)’로, 농촌 공동체인 오바헤레로의 환경을 나타내는 안드로이드 기반 3D 그래픽 애플리케이션이다(Rodil et al.: 2012). 기능을 갖춘 태블릿 기반 애플리케이션인 홈스테드 크리에이터는 여러 번의 공동 설계 및 재설계 주기를 통해 개선되었으며, 여러 오바헤레로 공동체의 평가를 거쳤다. 다양한 부족이 이 애플리케이션의 유효성을 검증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오바힘바 공동체 대표들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오바힘바족은 오바헤레로족과 언어적 및 다양한 문화적 유사성을 보유했으면서도 충분한 차이점이 있어, 이 시스템에 필요한 새로운 요구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부족은 옷차림에 관한 규칙, 주택과 건축 등 외모와 건축물에서 특히 차이가 있다. 이러한 측면은3D 그래픽 설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많은 경우에 과감한 변경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오바헤레로 공동체의 주택은 사각형이지만, 오바힘바의 주택은 원형이다. 또한 오바헤레로족은 소재를 과도하게 사용하여 만든(최대 8미터) 빅토리아 시대 스타일의 옷차림을 했고, 반면에 오바힘바족은 가죽으로 만든 최소한의 전통적 옷차림을 했다(사진 1과 사진 2의 왼쪽 참조). 이외에도 다양한 차이점이 있었다. 따라서 오바헤레로 홈스테드 크리에이터 버전을 본 오바힘바 공동체는 즉시 재설계가 필요한 3D 객체를 파악해냈다. 그리고 3D 그래픽 디자이너가 집으로 돌아가 새로운 3D 객체를 모델링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었다.
우리아이에케와 그의 공동체는 문화유산과 관련한 그들의 삶의 맥락을 나타내는3D 그래픽 표현을 구축하기 위해, 살아있는 존재, 사물 및 자연 환경의 사진을 수집한다는 개념을 이해했다. 모델링할 항목을 수집하기 위해 태블릿을 제공받은 그들은 즉시 특정 객체와 시나리오에 대한 수집을 시작했다(Stanley et al.: 2015). 우리아이에케는 표현할 모습에 대해 매우 까다로웠으므로, 사람들과 사물을 ‘정확한’ 장소에 배치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예를 들어[사진 1] 여성 1명을 부족 본가 앞에 세우고, 우유를 담아두는 조롱박 등 공동체의 필수적이고 전통적인 일상적 사물을 함께 배치했다. 그는 모델링을 원하는 장면이나 사물에 대한 수많은 유사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그는 해당 장면과 사물의 중요성과 의미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그늘로 돌아와 사진을 살펴보며 ‘최고의’ 사진을 골라내어 우리에게 전달했다. 그는 채광, 선명도 등 기술적인 세부사항에 따라 질높은 사진을 고른 것이 아니라, 해당 장면이나 객체를 2D로 적절하게 표현한 것으로 생각되는 사진을 고른 것이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수집한 사진에서 3D 객체를 모델링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사진을 기반으로 한 특정한 표현 작업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요소가 있었다. 이미 태블릿이 매우 많은 양의 3D 객체를 렌더링했으므로, 표현할 3D 객체의 폴리곤 수는 적어야 했다. 이에 따라 프로토타입의 작동을 유지하면서 3D 객체에서 만들 수 있는 디테일의 양은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또 다른 요소는 사진에서 읽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래픽 디자이너는 오무힘바(OmuHimba) 여성(‘오무힘바’는 ‘오바힘바’의 단수형임) 뒤쪽에 배치된 사물이 무엇인지 추측해야 했다. 또한 오무힘바 여성을 표현하는 3D 객체는 (마을 전체의 3D 표현을 볼 때) 조금 먼 거리에 배치되어야 했다. 따라서 그래픽 디자이너는 여성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붉은 피부색을 적용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이렇게 만들어 진 3D 객체는 이러한 모든 요인이 절충된 결과물이었다. [사진 2]는 우리아이에케가 찍은 여성의 사진(위쪽)과 이에 해당하는 3D 객체(아래쪽)를 나타낸다. [사진 3]은 오두막의 사진(왼쪽)과 이에 해당하는 3D 객체(오른쪽)의 모습이다. (프로토타입 관련 설명은 Rodil et al.: 2014 참조).
이러한 모델이 만들어진 후, 우리는 3D 그래픽 표현을 검증하기 위해 우리아이에케의 마을을 또다시 방문했다. 각 3D 객체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오두막 모델은 ‘너무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붕에 현실에서 나타나는 불규칙한 패턴과 마모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토론 끝에 공동체는 ‘완벽한’ 오두막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표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 합의했다. 오무힘바 여성의 3D 그래픽 표현에 대한 검증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우리아이에케는 이렇게 물었다. “왜 벌거벗고 있는 거죠?” 필수적인 신체 장식이 왜 표현되지 않았느냐는 의미였다. 농담 반 걱정 반으로 표현의 부족함을 지적한 그는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보다 명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다시 수집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오무힘바 여성의 3D 모델은 명백한 이유로 오치사(Otjisa) 여성들에 의해 평가되었다[사진 4]. 우리는 3D 표현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뿐 아니라, 이러한 3D 모델이 어떻게 제작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여성들과의 피드백 세션에서는 웃음이 자주 터져 나왔으며, 하나의 3D 그래픽 표현에서 시작된 대화는 다양한 흥미로운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여성들은 제1 저자(사진 4 의 왼쪽)의 헤어 스타일과 그 의미에 관해 묻기 시작했다. 이는 여성들이 머리에 착용하는 여러 가지 장식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나온 질문이었다. 사실 우리가 만든 3D 모델은 부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것에 관해 진행된 대화는 수집된 데이터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높여주었을 뿐 아니라 매우 사교적이고 즐거운 상호작용으로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비판은 여성의 ‘치마’가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여성들이 가죽을 며칠이고 힘들게 다듬어 만든 주름이 나타나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정면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으로는 치마의 3차원 구조를 나타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우리아이에케는 그의 아내를 모델로 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 5]
한편 이 방문 이후 연구팀은 연구의 초점을 전환하여, 공동체 크라우드 소싱 자금 관리방법 등 지식 보유 도구를 추가적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해당 공동체가 3D 그래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Stanley, et al.: 2015). 따라서 그 다음 번 공동체 방문은 3D 모델 자체보다는 관련 도구를 제공하고 공동체와 그래픽 디자이너 사이의 피드백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오바힘바 무형문화유산 디지털화의 여러 측면을 탐구하는 다수의 병행 프로젝트가 수행되었다. 그 중에서 우리는 공동체가 만들어 판매하는 다양한 패턴의 오바힘바 팔찌를 활용하여 증강 현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Winschiers-Theophilus and Peters: 2017; Sieck: 2017). 프로토타입 제작을 위해 학생들은 이전에 만들어진 3D 그래픽 모델을 재사용했으며, 그 중에는 ‘벌거벗은’ 여성의 모델도 포함되어 있었다[사진 6]. 이 작업의 목적은 문화유산 보급의 메커니즘을 입증할 수 있는, 실제로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었다.
애플리케이션을 검증 받고 세부 설계를 개선하기위해 오바힘바 공동체를 방문했을 때, 공동체는 오무힘바 여성의 모델에 진전이 없었음을 다시 한번 비판했다. 이전에도 공동체를 방문할 때마다 오무힘바 여성의 표현에 관한 언급이 계속 나왔고, 종종 농담처럼 이야기 하면서도 바탕에는 진지한 비판이 깔려 있었다. 우리아이에케는 우리가 오무힘바 여성의 정확한 모델을 제공하는 날 우리의 기술을 인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할 수만 있다면, ‘옷을 반만 걸친’, 즉 정해진 장신구를 모두 착용하지 않은 오바힘바 여성들의 사진을 마구잡이로 찍는 모든 관광객들에게 실제로 그 여성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문화유산의 올바른 표현이 토착 공동체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오바힘바 여성들의 정확한 3D 표현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우려한 우리아이에케는 몇 명의 부족 여성을 제대로 치장하도록 했다. 여성들이 완전한 치장한 모습으로 줄지어 서도록 한 후, 그는 여성들이 착용하고 있는 모든 장신구를 자세히 설명했다. 우리는 이러한 설명을 비디오로 녹화했고, 상세 사진도 찍었다. 그의 설명은 오치헤레로를 구사하는 동료들이 부분적으로 번역을 했고, 추후 전체 번역이 이루어졌다. 우리아이에케는 가죽 치마, 철제 구슬 발목 장식, 조개껍질로 만든 펜던트 등 각 장신구의 재료를 강조했고, 각 장신구가 만들어진 곳과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모든 재료를 주변 환경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일부는 외부에서 구매해야 했다. 그러나 모든 장신구는 지루하고 긴 과정을 거쳐 현지에서 제조된다. 다양한 장신구는 여성의 지위와 관련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머리카락을 장식하는 방식은 결혼 여부를 나타내고, 허리띠는 출산한 자녀 수를 나타낸다. 우리아이에케는 가족 구성원이 사망했을 경우 발목 장식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 등 더 많은 문화적 관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리는 여성의 장신구와 관련된 의미를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장신구를 자세히 표현할 필요가 없는 보석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개인 과외와 같은 이러한 설명을 듣고 난 후에는 장신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바힘바는 이국적이고 진짜 원주민처럼 보이는 외양으로 인해 시각적으로 과도하게 기록된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이다. 수많은 인류학적 설명이 현장 기록과 사진에서 수집한 데이터의 정확성을 의심하지 않은 채, 외부인의 관점에서 무형문화유산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토착 지식 보유자가 자신의 무형문화유산을 자발적으로 디지털화하도록 지원하는 기술을 설계하는 일을 하며, 따라서 내부자의 관점에서 본 표현의 ‘타당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무형문화유산을 보편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는 점과, 모든 표현은 작업자가 실체를 새롭게 창작하고 해석한 결과임을 인정한다(Winschiers- Theophilus, Jensen and Rodil: 2012). 따라서 큐레이터와 디지털화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관찰된 현실에 대한 해석과 표현에 책임이 있다. 또한 기술 자체가 편향과 한계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점이 무형문화유산의 수집과 표현 활동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오바헤레로 공동체의 결혼식 자료를 수집할 때 적용된 기술의 종류에 따라, 즉 비디오 녹화를 했는지, 구술 내러티브 녹음 또는 시각적으로 향상된 내러티브 기록을 했는지에 따라 설명의 초점이 달라진다(Rodil, et al.: 2014). 우리는 기술 및 디지털화 프로세스에 참여한 사람들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편향을 인정하면서, 타당한 표현의 힘은 무형문화유산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내부자와 외부인이 공동으로 의미를 형성하는 대화식 접근법에 있다고 생각한다.